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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SE

온앤오프에게

 

연초쯤, 그러니까 정규 앨범 소식도 뜨기 훨씬 전이었을 거야. 

여느 때처럼 혼자서 이리저리 생각을 하다, 문득 온앤오프와 퓨즈가 탄생한 계절이 둘 다 여름이라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신기해한 적이 있다. 

그 뒤 컴백 소식이 나왔고, 공개되는 티저 중 가사를 보면서 ‘역시나 여름은 우리들의 계절이구나’ 하며 또 혼자 조그맣게 좋아했더랬다. 

 

잘 알겠지만 창작은 예열과 제작에서 시작해 결과물이 나오는 - 흔히들 마감이라 부르는 - 데에서 끝을 맺는다. 그러니 규칙적이든 불규칙적이든간에 시간축은 두 갈래로 나뉘어 달려간다. 하나는 계획하고 준비하고 만드는 시간, 다른 하나는 완성된 창작물에 대해 세상과 주변의 반응을 받는 시간으로.

 

가을을 목전에 둔 지금에 와 돌이켜보면 디스코그래피에 벌써 앨범이 세 장이나 더 쌓였으니, 아마도 너희들 그리고 너희와 유관한 모든 분들에게 그 시간축은 이미 여러 갈래로 어지러이 교차하면서 또는 하나가 끝나면 다른 하나가 시작되는 식으로 교대하면서 흘렀을 것 같다. 사이사이 홍보를 위한 스케줄까지 소화하자면 어마어마하게 바빴겠지. 잠을 줄일 때도 있었을 테고, 새로운 노래와 안무가 몸에 익을 때까지 수 시간 반복해 연습하기도 했을 테고, 식단과 건강 관리에도 힘썼을 테지. 그렇게 준비해서 드디어 내놓은 노래 한 곡 한 곡에 우리가 새롭게 기뻐하는 동안, 너희는 우리와 함께 좋아하면서 다시금 다음 결과물을 준비하고 있기도 했을 것이다. 나의, 우리의 경탄이 너희가 쌓았던 노력에 응할 만큼 충분히 크게 전해졌을는지. 나는 종종 헤아려보곤 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지구에서 난 이상 사람과 동식물, 심지어 사물까지도 어떠한 주기를 타고났다고 늘 생각한다. 이번 활동은 앨범마다 각각 달리 여겨지기보다, 쌀쌀한 초봄에 시작해 청명하고 뜨거운 여름을 지나고서야 비로소 매듭지어진 것만 같다. 분명 머지않아 다음 무언가를 들고 달려오겠지만, 그건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주기를 가지고 올 것 같달지. 모르지만 괜스레 그런 기분이다. 

 

아무튼 말야, 덕분에 여름이 참 특별해졌어. 이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계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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