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K

민균이는 마음이 진하다

 

라고, 우연히 찾은 영상을 보다가 문득 떠올렸다. 

이틀에 걸친 고라온스 공연 소감 영상들이었는데, 내용을 받아써두긴 했지만 말하는 모습을 영상에서 직접 보아야 더 와닿는다.

 

 

 

이렇게 특별한 날, 창윤이 형 생일도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날이고요. 
또 무엇보다 저희가 이렇게 만난 게 참 우연이잖아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또 한 번 더 소중함을 느끼고

항상 감사함을 또 다시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이런 무대 하나하나가. 그래서, 어...

사랑합니다. (웃음) 길게 말 안 하겠습니다. 고맙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 크리스마스 때 특별한 공연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소중함을 느끼고요.

아, 오늘 새로운 분들도 보고 어제 오신 분들도 보고 너무 좋아요, 항상 누군가한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매번 항상 감사함을 기억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뭔가를 계속 더 해주고 싶고, 더 준비해서 보여드리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드는데,

사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거 알지만 앞으로 더 사랑받을 수 있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

 

민균이, 하면 신났을 때 방방 노는 모습이 워낙 강렬하고 ...1116dB 그게 또 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다보니 마냥 해맑고 장난기 많고 헤실거리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아무래도. 그래서 그만큼 텐션의 높낮이가 큰 민균이가 진중할 때면, 진심을 꺼내보일 때면 또 심장을 그렇게나 무게있게 쿵, 하고 울릴 수가 없더라.

반전이나 갭모에 수준으로 인식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뭐랄까 이거 표현이 좀 이상할 테지만... 입속에 손을 넣어서 뛰고 있는 심장을 꺼내어 '나 지금 이래' 하고 슬며시 보여주었다가 다시 넣었는데, 마치 드라이아이스에서 냉기가 퍼지듯 그 잠깐 사이에 심장에서 번진 진심의 온기를 그대로 전해받는 기분이다. 너무나 날것이나 결코 흐트러지지 않은, 빈틈없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는 따스함.

 

왜냐면,

... 왜냐니, 이유도 없이 정말 그러한걸... 그래서 뀬푸들이 그렇게들 고소한다고... 혼인신고한다고... 

 

아무튼 하고 싶었던 말은 그거야, 민균이의 솔직함은 농도가 짙다. 이 짙은 순수함은 “아직 모르시겠다면 찾아보세요, 저를 알면 알수록 좋아하게 되실 거예요!라며 갓 따낸 과일처럼 신선하고 풋풋할 때도 있고(201107 다락방), 소수의 관객들을 만나고 나니 팬들과 오롯이 함께하는 무대가 더더욱 생각났다”며 끈끈하고 찐득하게 전해질 때도 있다(201110 다락방). 이 이전에도 아마 더 많은 순간들이 있었겠지만, 늦퓨즈로서 복습하는대로 차차 쌓아나가기로 하고... 

 

사실 무대 이야기는 뒤늦게 듣고서 눈물이 다 났다. 정말로 좀 울었다. 팬들하고 같이 노는 공연이 너무너무 그리웠는데 여태껏 함부로 바랄 수가 없었던 만큼 오랫동안 꾹꾹 누르며 상황을 견뎌왔다는 게 자꾸만 전해지는 거다. 나만, 우리만 보고싶은 거 아니었구나. 맞아, 너희도 얼마나 열망이 컸어...

 

 

동물가족과 10년 넘게 살아왔고 유기묘/유기견 문제에 민감해서 평상시에도 길고양이들 챙기고 구조해서 입양보내던 행동력이면, 집사로서 장담하지만 웬만한 부대낌은 설사 맞닥뜨리더라도 별 무리없이 주저없이 성큼성큼 건너올 수 있을 정도다. 왜 갑자기 이런 배경으로 민균이를 말하냐면, 그렇게 추진력 좋은 아이가 참고 기다렸다는 건 다음 순간 그리고 그 다음 순간까지 지켜보면서 차분하게, 기다리자는 그 자체로 행동의 방향성을 세웠다는 뜻이니까. 시국이 이런데 당연하다고? 물론 그렇다. 그런데 상황이 이래서 서운하다는 내색 한번 보이지 않고서 씩씩하고 밝게 활동해오던 이 친구 모습을 안다면. 역팬싸 아이템 준비해와서 이것도 추억이라고 재밌지 않느냐고, 퓨즈들과 조잘조잘 궁리하던 모습을 안다면. 

 

생각이 깊은 사람이 있고 사려가 깊은 사람이 있는데, 주의하고 배려하는 차원에서 언제나 후자가 더욱 세심하고 어렵다. 한때 예민한 사람은 까칠하기만 하다는, 그러니까 일례로 예술가라면 응당 가정과 주변 관계를 내팽개쳐가며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완성하는 게 용인되는 식의 스테레오타입이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나는 살면서 이 예민함을 다른 방향으로 우회해서 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차차 알게 되었고, 이제는 내가 아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로 민균이까지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일촉즉발의 갈등 상황에서 모두가 긴장하고 있을 때 “아이 왜 그래~” 하며 더 웃으면서 다가가는 일, 가라앉은 텐션을 좋아하는 개인기로 단번에 끌어올려주는 일, 기꺼이 실없는 사람이 되어가면서 모두를 웃게 하는 일. 이는 의외로 이 모든 분위기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들이다. 얼어붙은 공기, 자잘하게 음침한 기운, 이런 것들은 마치 파도가 한 번 휩쓸어 지난 모래사장이 반듯해지듯, 태양만큼 크나큰 따스함과 밝음으로 훅 내보내면 된다. 그리고 민균아, 햇살아 너는 그게 되는 아이인 것 같아. 네 천진함이 실은 얼마나 무거웁고 큰 힘을 가졌는지. 스스로도 알지 모르겠으나. 

 

 

그래서 민균이에게만큼은, 네게만큼은 더더욱 순도 높은 사랑만 안겨주고 싶다. 더 예뻐해주고 싶고 더 좋아해주고 싶다.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거야. 네가 어리광을 피우면, 사랑해달라고 하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하면, 속상하다고 하면, 보고 싶다고 하면, 이에 상응하는 아니 그 이상으로 답을 해주고 싶고 한껏 두 팔 벌려 감싸주고 싶다. 마지못해서 주는 반응이 아니라 바라는 걸 넘치도록 안겨주고픈 마음이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리 해줄 수 있을까. 여기부터는 조그만 팬으로서 나의 몫이자 숙제겠지만, 너만은 내내 어여쁘기를.

 

 

_

 

 

𝑲𝒀𝑼𝑵_𝑫𝑰 on Twitter

“윙크에 손뽀뽀까지 완벽하다👏 #온앤오프 #엠케이 #MK https://t.co/qwLMY0Yy8o”

twitter.com

인사하는 짧은 영상이지만 참 민균답다, 싶은 모습이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언젠가에 북마크로 담아두었다. 

 

 

+) 

사흘 내도록 생각을 정리하고 났더니 민균이 생일이 되었다.

우리 상큼아 레몬아 이쁜아 밝음아 햇살아. 세상에 와줘서 고마워, 노래로 마음을 밝혀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