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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민균이 음색 감상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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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감상문은

〈사클 비번 찾은 기념 민균이 음색 탐구하기 -사클곡을 중심으로

라는 부제를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남긴 메모가 참 호기롭게도

 

나 뉴피, (구)엠케이사클비번찾아주기위원회

(는 방안에서 혼자 백일기도 중이던 사람) 
20년 12월 2일자 다락방에서 사운드클라우드 비밀번호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그동안 민균이 음색에 감탄했던 순간들을 서리서리 너헛다가 이제서야 구뷔구뷔 펴내본다 .. 
.. 연말결산으로 하고 싶었는데 항상 늦네

 

... 였는데

 

21년 1월 14일 〈넌 나의 뮤즈야〉가 공개될 때까지도, 컴백 티저가 한창 뜨는 도중인 2월까지도 글을 맺을 생각은 솔직히 거의 않고 있었다. 혼자 앓으면서 흐뭇하게 좋아하는 타입이라 임시저장글로만 짬짬이 천천히 남기고 있었는데 

 

.. 마이네임 하라메 듣고서

여기에 어제 풀린 마이네임이즈까지 듣고서 함빡 벅차올라 이 글을 당장 완성하지 않으면 안되는 몸이 되어버렸어

그리고 이 이야기 더 늦기 전에 털지 않으면 컴백은 커녕 정규 앨범은 앓지도 모대 .. ! 하는 위기감에 .. 결국 저 살자고 하는 짓 일기글 다듬고 보태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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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투킹 무대로 입덕하고서 온푸 음반 쭉 훑을 때에, 고막을 가장 먼저 잡아끈 멤버는 역시 MK였다. ‘이 목소리가 엠케이라는 친구구나’ 하는 순간부터 엠케이가 등장하는 파트마다 항상 귀담아 듣곤 했던 것 같다. 레몬 목소리라는 수식어만큼 톡톡 튀는 시그니처 음색도 한몫하거니와, 커버 가능한 스타일과 음역대가 폭넓은 덕분이겠지. 

고등학교 때 동아리 선배의 노래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연극부였고 배우로 들어와 활동하는 선배였는데 낮고 걸걸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노래방에서 여성 발라드를 선곡하는 모습을 처음 보고는 ‘이 언니가 이 노래를?’ 하고 놀랐지. 그런데 웬걸 옥구슬 굴러가는 미성으로 부르는 게 아니겠어. 게다가 뱃심과 성량도 워낙 좋았던 사람이라 또 굉장히 잘 불렀다.


평소 말하는 톤과 노래하는 톤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노래를 시작하면 톤이 완전히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이 때 알았다. 주파수가 달라진다고 하면 맞을까. 이걸 그냥 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싶지만은 않은 게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성대를 쓰는 방법을 익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보통 사람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민균이는 새삼 그 선배를 다시 생각나게 해줬다. 청자로서 작은 깨달음을 얻었던.

아무튼 다락방에서 이따금 음악 이야기를 해줄 때, 노래를 부를 때, 사클에 올린 노래들을 들을 때마다 조금조금씩 쌓였던 감상들을 한번쯤은 갈무리해보고 싶었다. 한낱 음악 듣기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지만 앞으로도 민균이의 노래를 계속해서 더 더 잘 듣고 싶어서. 청신경 활동에 좋은 영양소가 아연이랑 엽산이랑 비타민B라더라 아니 이게 아니고 아무튼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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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쁜 곡이라서 원래도 진짜 좋아하는 노래. 날 더 힘껏 사랑해줘, 이런 표현이 어딨냐구. ㅜㅡㅜ 한동안 과몰입해서 듣고 다녔다. (가사에 19금 없잖은데 자세히 들어보면 케이가 은근히 걸러불렀다. 대단하지)

혼성 듀엣곡이라 ‘오 이걸 했어?’ 하면서 가장 먼저 클릭하게 된 커버기도 했다. 그래서 은연 중에 여보컬이 게스트로 나오겠거니 하며 듣다가 놀랐지. 설마 한 사람이 다 커버했을 줄은.

 

피아노 반주, 케이 목소리 둘만 이어지는데 아리아나 파트랑 위켄드 파트에서 일단 도드라지는 차이가 강약 표현이었다. 아리아나 파트에서는 힘 많이 빼고 굉장히 연하게 부르는데 뭐 많이 안 넣고 최소한의 표현으로 최대한 담백하게 부르려는 게 들린다. 그러다가 첫 사비 지나고 위켄드 파트 들어가자마자 엠케이 선수 특유의 레몬 보이스 단단히 장전하고 바이브레이션, 성대긁기, 아주 현란하게 갈기기 시작하는데요 (뭘 갈겨요) 왠지 모르겠지만 입을 크게 많이 벌리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 상상되곤 한다. 그만큼 입 안에 공기를 많이 머금고 부르는 느낌이라구 해야하나 .. 
나는 진짜 이 파트 바뀌는 부분에서 매번 항상 어김없이 언제나 소름돋고 만다. 한 사람의 단일한 음색으로 노래 속 여성 화자와 남성 화자를 동시에 표현해낼 수 있다는 뉴트럴한 지점에서 머리 박살내고 말았다. 진짜로 ..

장담할 수 있는데 조회수 1/50은 내 몫이야 한창 꽂혔을 때는 일하는 내내 돌려들었으니까

 

 

 

 

또 다른 여성보컬 커버 .. 

스퀘어는 이젠 너무 잘 알려졌기도 하고 (그치않나요?아닌가) 나는 또 나대로 예린백 너무 아끼고 좋아하다보니

케이는 이걸 대체 어떻게 불렀을까, 들어볼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아 손이 잘 가지 않고 있던 노래기도 했다. 다른 커버들만 돌려듣던 어느 날엔가 딱히 큰 계기도 이유도 없이 ‘한번 들어볼까나 했다가 바로 꽂혀서 또 한참 들었다. 


예린이 부른 스퀘어는 동성 친구들끼리 조잘조잘 떠들면서 자존감 일으켜 세워주는 위로처럼 듣곤 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힐링하는 기분 있잖아. ‘야! !! 말도 안돼 세상 가장 이쁜 넌데 누가 괴롭혀’ - ‘알아 나도 내가 별론거, 그치만 세상 안 그런 사람 없잖아 다들 나 자신이랑 사이 좋으려고 애쓰면서 사는 거 아냐 !?’ - ‘그래 너가 최고야, 기분 안 좋으면 밤새 술 마시고 놀아, 아님 이리와 같이 누워서 밤새 수다 떨어!’ 하며 재잘거리는 신남이 마구마구 샘솟아. 방 안 잔뜩 어지르며 파자마 파티하는 기분. 산들바람 부는 화창한 날 소풍 온 기분. 하 나 공연 보내줘 ... 페스티벌 줘 ... 


민균이가 커버한 스퀘어는, 여기서 살짝 톤다운된 느낌이 너무 새로웠다. 키를 약간 낮춰서 그런가 피아노 반주가 분위기를 더 서정적으로 만들어주는 덕일까. 기교 많이 쓰지 않고서 나지막이 부르는 목소리에 묘하게 위로받는 기분이 된다. “속 깊은 이성 친구”가 어스레한 저녁 즈음 놀러와주어서 넋두리도 들어주고 마음 써주는 기분 .. ‘맞지, 나 그렇게 사랑 받을 만한 사람 아닌 거 알아, 그래도 오늘만큼은 너 무조건 날 달래줘야 해, 알지’ 하고 투정부리지만 조금 슬픈 기분. 그래서 가사의 의미가 좀더 밀착되어 온다. 

 

반대로 민균 목소리 그 자체를 화자로 상정하고 들을 때면 같은 가사가 사뭇 다르게 들린다. .. 지난번 민균 글에도 남긴 이야기지만 세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보는 아이가 이런 가사를 (‘all the colors and personalities, you can't see right through what I truly am’ ) 부르고, 무신경한 듯 담담히 이런 가사를 (‘I’m no invincible, I have much memories of getting more weaker, I know I’m not loveable, but you know what you’d have to say) 부르는 통에 한껏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되고 말어 ... 더이상 떠들었다간 너무 과몰입이라 이만 말줄일래

 

아무튼 나는 케이의 여성 보컬 커버가 너무 좋아 .. 말고도 다락방에서 한번씩 키샤콜 Love 흥얼거린다든지, 빌리 아일리시 노래 작업하던 거 들려준다거나 하면 광광 우는 사람 여기 있다 

 

 

 

 

우리 엠케이 햇살이 그 자체 ꉂꉂ(ᵔᗜᵔ*)

이 커버를 듣는 날이면 ‘when I'm with my baby, all the bad things disappeared 하는 가사가, 민균이 목소리가, 수호천사처럼 나를 지켜줄 것만 같아
다른 팝송 커버랑 다르게 2절 벌스까지 많이 불러준 커버라 또 너무 좋아한다. 근데 .. 근데 노래만 듣던 어느 날 커버 이미지가 돌봐주는 길고앵 찍은 폴라였다는 걸 비로소 알고서 진짜 가슴 퍽퍽해졌었어. 사랑으로 넘쳐서

 

온필름으로도 있는데, 영상에 달린 이 댓글을 정말 좋아한다. 내 마음 그대로 대변해주심

 

( ᵕ̩̩ㅅᵕ̩̩ ) 저도요

 

민균이는 일상에서 노래가 즐거움이고 행복(200312 다락방)이라, 너라는 존재 자체로 나도 같이 행복해지는가봐.

 

 

 

 

케이가 부르는 케이발라드 .. 시리즈를 매우 좋아하는데. 폴킴의 너를 만나, 멜로망스의 선물, ... 왜냐면, 왜냐면요, 벅차오르면 두 번씩 이야기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

진성으로 곧장 뻗어올리는 국내 발라드들을 부를 때의 케이는, 노래하는 톤이 말하는 톤과 거의 똑같이 들려올 때가 있어서야. 팝 커버들에는 상대적으로 기교와 해석을 덧댈 여지가 많아진다면, 편안하고 익숙한 제1언어와 울림통으로 부르는 진성이 더해졌을 때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 하면서 듣는다. 

제가 듣기에 그렇다는 것이라. 본인이 정말로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를 거예요 아무튼 

덕분에 그 목소리에 실리는 가사와 감정 표현이 정직하게, 가득히 밀려들어온다. 일본어에서 좋아하는 표현이 ‘맛스구真っ直ぐ라는 말인데 그런 느낌으로 듣는다. 순하고 깨끗하게, 곧바로, 직진해온다. 

 

십센치가 홍대에서 공연하던 시절 파기도 했었지만 잘 되고 나서는 2집 이후로 거의 안 챙겨 들었기 때문에 (..몹쓸 홍대병) 선뜻 손이 잘 안 가던 커버였는데 이 때도 스퀘어 커버랑 마찬가지로, 함 들어보자 했다가 또 한참 들었던.

 

노래는 연인과 이별한 뒤 잠잠히 지내다가도 한번씩 울컥 치솟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나는 이 이야기를 나의 우울에 치환해서 듣고 있었다. 한편으로 민균을 생각하면, 과거의 좌절을 가만히 견디어 올라온 민균이를 알고서 듣다 보면 시간으로 잠재운 아픔이, 몸에 남은 흉터가 갑자기 건드려지는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이따금 마음이 힘들 때 열심히 듣게 됐다. 처음 들었을 때 고조되는 감정선에 내가 터져버릴 것 같아 조마조마하면서 듣다가 마지막 ‘매일 밤, 매일 밤 -하고 불러올리는 부분은 절규하듯 들려서. 내 대신 네가 울어주나 싶은 기분이었다. 

 

‘그럼 나는 어떡하지, 하루하루 거짓말은 쌓여가지.나 또 이렇게 세상 뒤로 숨고 있구나, 싶을 때 스스로 위로하고자 듣기도 하고.

앞서 이야기한 정직하게 표현되는 목소리 자체가 좋아서 거기에 잠겨있고 싶을 때 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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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 ... 큰일났다 위켄드랑 온필름 이야기는 시작도 못했는데 

다음 편에 계속 ...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