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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F

"효진이의 만족은 어떤 정도인지 궁금해"

2020년 9월 25일 안뇽 퓨즈 중에서

 

 

오늘도 잘생겼다

 

 

출장 중에 숙소에 도착할 때 즈음해서 안퓨 알림이 떴다. 오랜만의 낮 시간인 것도 반갑고, 타이밍도 좋아서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자리잡고 들었지. 쉬는 시간에 찾아온 효진이만큼 나도 자유시간 동안 마음 편히 들었다. 

연습생 때 월말평가 준비하던 이야기, 로드 투 킹덤 준비하던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한 퓨즈 분의 질문으로 보다 깊은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모든 직업이 자신의 전문성과 프로페셔널을 갈고 닦아야 하지만, 아이돌처럼 특수한 경우에 놓인 직업도 드물다고 늘 생각한다. 무대에서 노래의 정서를 춤과 함께 표현하는 것이라면 뮤지컬과 같은데, 길어야 4분 남짓한 시간 동안이다. 관객 입장료도 없고 방송으로 송출하기 때문에 이름모를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기록되고 편집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매일 매주 반복되는 3, 4분을 위한 연습량은 기본적으로 어마어마해질 수밖에.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 이상이 높디높아서, 흔히 생각 속에서만 앓다가 이미 목표를 다 이룬 마냥 자신을 속이게 되는 일도 많다. 혹은 오히려 한 발자국조차 두려워져서 아무 것도 못하게 되기 십상이다. 나도 그런 함정에 빠져서 허우적댈 때가 있었고 ...아무튼.

효진이는 자기 자신이 완벽을 원하는 사람임을 잘 안다. 너무나도. 그렇담 저런 방황의 시기도 분명 지나왔으리라. (대장님 해바라기...) 그러나 그런 자신에게도 인내를 가지고 하나하나 깨어왔다는 느낌이다. 스스로에게 기준을 엄격히 세운다는 것은 성장의 기회가 되지만, 조급했다가는 그르친다. '기준도 차근차근 높여나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슬럼프를 겪었다던 너는 그걸 배운 것 같다. 계단처럼 한걸음 한걸음 다지며 올라가는 가치를 아는 것 같다.

품은 독기만큼은 여느 맹수 못지 않은 아이인데, 그걸 다스리면서 오늘에 이른 거야. 재영이가 거친 육신 속에 갇힌 한 떨기 수선화라면, 효진이는 토끼 앞니 뒤에 숨겨놓은 호랑이 송곳니다... 

 

그런 와중에도 요즘 효진이의 변화-라면 변화일까-가, 의외의 모습들이 이번 활동에서 특히 더더욱 많이 보였던 것 같다. 모노트리 스쿰빗스위밍 세션 푸는 영상에서 '효진이가 언젠가부터 자기 자신을 많이 놓더라고요'라는 증언도 그렇고, 최근 김효진 온택트 콘서트 되었던 브이라이브도 감동이었고. 문득 부른 아이유의 '자장가'를 공카에 올려준 것이나. (너무, 너무 좋아. 원곡은 마음이 너무 아려서 공연 가서나 들을 정도고, 효진이의 노래는 받아들이기 알맞은 농도로 위안이 된다)

이것들도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강박을 느슨히 풀어보려는 시도일까? 그동안은 실력을 높이고 가수로서 전문적으로 성장하는 자신에게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다시 그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마음을 놓아보는 연습을 해보려는 걸까? 

 

'사실 온앤오프가 이러지 않았거든요. 굉장히 어딘가에 갇혀있고, 자신들의 매력을 뽐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 시점이 이제 로드 투 킹덤인데. 사실 저희는 그때 그걸 준비하면서 짠 것도 없어요, 그냥 편하게 하자, 편하게 하자는 이야기밖에 안 했어요.' 

 

유독 '즐기자'는 무드를 민균이가 가장 순도 높게 가지고 있다면, 션이는 긴장을 풀고 부담을 덜어내는 평형 상태로서 '즐기자'는 태도를 취한다. 효진이가 '즐기자'고 한다면, 그건 마치 ... 마치 자기가 세웠던 기준의 벽 뒤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천천히 조심스레 걸어나오는 아가 같은, 그런 모습이다. 걸음마를 배운 아가는 또 한번 자랄 준비가 된 거야. 이제 놀이터에서 놀 준비가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