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안도하기
2021. 11. 16.
너를 좋아하고 나서부터 마음을 드러내는 모양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나의 경우 누구에게나 애살있지도 않고 순발력도 없어 타인과 부딪다 어긋나고 다칠 것을 자주 두려워했다. 그럼에도 마음은 주고받고 싶어서, 그러기 위한 도구 가운데 그나마 능숙했던 것이 글이었다. 누구든 읽고 쓸 수 있으니 접근이 쉬우면서도 내밀하고 안전하게 생각과 마음을 전할 수 있다. 동시에 언어라는 틀은 일정하여 보수적이고, 상황의 참여자보다 관찰자나 기록자이기 십상이다. 그래서 글을 선택한 동시에 글로 도피해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전후좌우 안전거리 확보, 반경 백 미터 이내 대상 전무. _ 사람을 대하고 글을 다듬고 쓰다 보면 말 속에 켜켜이 쌓인 어떤 결들을 발견하기 마련이었다. 결을 마주하는 마음은 얇은 종이에도 ..